예술의 공간 안에서 죽음을 애도, 추모, 기억, 기록하는 다양한 방식을 살펴보고 논의하기 위한 리서치사업으로서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양상과 죽음을 다루는 과정의 변화를 고찰하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하는 프로젝트이다. 더욱이 사회로부터 가려지고, 간과되고, 혹은 잊혀진 죽음을 소환하여, 망자와 살아있는 이들의 슬픔과 상처를 회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예술적 맥락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팬데믹 초기, 우리는 수많은 팬데믹의 희생자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존엄성도 보장받지 못한 채 폐기되는 현실을 목격했지만, 감염자와 가족은 적절한 이별의 과정을 갖지 못한 채 격리되고, 소외되었다. 사회적 약자들의 죽음은 더욱 보호받기 어려웠고, 공간과 인력 부족 문제로 시신은 적절한 절차를 생략한 채 매장되거나 화장되는 비극을 수없이 지켜보아야 했다. 따라서 우리는 팬데믹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생각하고, 유사한 위기 상황이 다시 발발한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프로젝트이다.

죽음은 특정 사회의 문화적, 심리적, 감정적, 정치적 표현 방식이 혼재하는 통합된 상징이며, 경험이기 때문에 각기 다른 문화, 사회, 역사를 가진 이들이 서로의 차이와 같음을 이해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주제이다. 팬데믹의 위기상황 속에서 간과된 인간 생명의 존엄성, 환경문제, 불평등과 소외 등을 재조명하고 존재 본연의 문제를 고찰하는 프로젝트로서 팬데믹으로 심화된 배타적, 적대적, 소외의 시대를 예술교류활동을 통해 극복하고 대안적 미래를 제시하고자 한다.

<When the World Stops Turning>은 한국-싱가포르 양국의 기획자와 예술가들이 ‘죽음’이라는 인간 본연의 문제를 중심으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고찰하는 예술교류 연구사업이다. ‘세상이 멈췄을 때’는 팬데믹을 기억하는 동시에, 큰 슬픔에 빠진 인간의 심리상태를 은유한다.  존중받지 못한 희생자와 마찬가지로 이별의 과정을 갖지 못한 남아있는 이들의 애도와 추모의 공간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믿음에 따라 죽음을 성찰하는 전과정을 제안하고자 한다. 예술가와 기획자들의 적극적이고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죽음’을 해석하고, 각자의 예술작품으로 구현하는 여러 방식을 살펴보는 가운데 2024년 교류 전시를 위한 기획안을 산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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